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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으로 시작된 5·18 진실 공방" 영화 <김군> 단행본(김군을 찾아서) 책으로 출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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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으로 시작된 5·18 진실 공방" 영화 <김군> 단행본(김군을 찾아서) 책으로 출간!

코리아필름 2020. 8. 31. 09:52

2018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되고 2019년 5월 극장 개봉한 이래, 2018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2018 올해의 독립영화상, 2019 무주산골영화제 관객상, 2019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 2020 들꽃영화상 대상 등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의 강상우 감독이 단행본 《김군을 찾아서》 [저자: 강상우 l 발행: 후마니타스 l 발행일: 2020년 8월]를 출간해 화제다.

평단과 관객의 고른 사랑을 받은 영화 <김군>은 보수 논객 지만원으로부터 ‘제1광수’라고 지목된 보도사진 속 인물을 추적하는 과정을 다루며,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 규명과 모두가 ‘김군’이었던, 이름없는 광주 시민군들을 호명하는 작품이다. 

《김군을 찾아서》는 영화의 스크립트 자료나 제작 노트를 그대로 수록한 책이 아니다. 저자가 영화 기획부터 영화 개봉에 이르는 제작 기간과 책 출간까지 7년여(2014년 5월~2020년 8월)에 걸쳐 103명의 시민군과 목격자, 연구자, 활동가와 나눈 200회 이상의 인터뷰, 광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횟수를 헤아릴 수 없는 탐문 내용을 바탕으로,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저자 강상우 감독이 1980년 5월 광주를 회고담이 아닌 현재 시제로 다가가는 치열한 과정을 담았다. 

저자는 사진 속 한 남자가 그를 기억하는 광주 사람들에게는 ‘김군’이라 불리며 5・18기록관 전시의 벽면을 장식하고, 보수 논객과 우익 커뮤니티 구성원에게는 ‘제1광수’로 불리며 광주항쟁을 주도한 북한특수군으로 몰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관통하며,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하나의 엄연한 역사 속에 존재하는, 알려지지 않은 무수한 이름들과 그들의 말해지지 않은 진짜 목소리들, 기록되지 않거나 삭제된 비공식 서사들을 ‘실증적’으로 쫓는다.

두 가지 본편 영화(영화제/극장 개봉)에는 포함되지 않은 미공개 자료, 연구자들조차 정설로 믿는 소문의 당사자들을 만나 직접 확인한 ‘진실’들, 사진의 촬영 장소와 시간대별 거리 정보, 그날의 날씨, 촬영 순간의 정황까지 반영한, 14킬로픽셀(14K) 사진을 통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과 이를 뒷받침하는 풍부한 도판 자료가 독자의 흥미를 일으킨다. 단언컨대, 사진 책으로도 손색 없고 , 5・18 연구서로도 의미 있는 결과물이다.

영화에 이어 책을 통해 저자는 두 가지 질문을 관객 및 독자에게 던진다. “이미지가 어떻게 보이는지가 ‘진실’을 판별할 수 있을까?” “생존자의 기억은 왜 강력한 증거가 되는가?” 영화 속에서 ‘광수’로 지목당한 시민군이 왜 직접 나서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지, 이것이 그들(지만원 측)의 방식과 뭐가 다른지 반문하는 한 시민군의 말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수천 장의 사진과 수백 개의 증언을 바탕으로 ‘김군’을 찾아 헤맸던 감독이 ‘무장한 시민군’이나 ‘신원을 알 수 없는 시민군’과 같은, 존재를 의심받지만 분명히 실재했던 ‘김군들’을 만난 여정에 주목할 만하다. 

책의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1989년 광주청문회 때, 시위 진압 당시 대검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계엄군의 일관된 주장이, 총에 대검을 착용한 계엄군이 시민을 쫓는 사진이 증거로 제시되면서 거짓으로 드러난 사례가 있었음을 상기한다. 최대한 ‘실증적’으로 김군을 추적해 온 그는 “소위 객관적 증거만으로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생존자의 기억은 가장 강력한 ‘증거’이므로, 누군가는 살아남은 생존자의 기억과 그 사이의 개연성과 무수한 정황만을 제시하는 불완전한 자료들에 의존해, 진실을 찾는 지난한 작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 영상과 사진처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소위 ‘객관적’ 증거만으로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확인할 수 있는 기록 자료만으로 판단했을 때, 우리는 가해자들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조작한 수많은 사건들의 존재를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많은 음모론자들이 ‘팩트’의 부재를 근거로 홀로코스트나 일본군 성노예제를 부정하는 것처럼. 

많은 경우 기록은 가해자의 편이다. 많은 일들은 기록될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나고, 기록된 것은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소각된다. 기록이 소거된 상황에서 남아 있는 것은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기억뿐이다. 기억은 때로 불완전하고, 시간이라는 변수에 따라 세세한 정황들이 뒤틀리기도 한다. 우리는 생존자들이 기억하는 순간에 대해 들으며 무언가를 ‘진실’로 입증하는 과정이 매우 연약한 기반 위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음을 깨달아야만 했다. 동시에 생존자의 기억은 (은유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측면에서도) 가장 강력한 ‘증거’이므로, 누군가는 살아남은 생존자의 기억과 그 사이의 개연성과 무수한 정황만을 제시하는 불완전한 자료들에 의존해, 진실을 찾는 지난한 작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260~2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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